조금 더 어린 날의 글
글쓰기는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한번 익히고 나면 아예 못 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언제고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해내어 또다시 쓸 수 있다는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몸 상태에 따라 페달을 밟는 세기가 달라지듯, 스스로의 힘에 따라 어떤 글은 수월하게 쓰더라도 어떤 글은 어려울 수 있다.
겨울에는 소설쓰기가 어려운 마음이었다. 뭐랄까, 발을 아무리 뻗어도 페달에 닿지 않는달까. 인물들에 가닿아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떠밀려 그저 핸들만 놓지 않은 채 지나왔다고 할까. 하지만 뭔가를 쓰고 싶다는 소망과 쓰는 노동의 감각은 어느 때보다 살아 있어서 가능한 오래 책상에 앉아 있곤 했다.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하는 에세이들은 그러한 과정에서 시작했다. 페달의 동력 없이 자연스레 나오고, 그저 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다행스러운 글. 그렇게 해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게 하는 글들이다.
누구에게나 지나가는 계절은 있고 봄을 맞는 지금은 그 사실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진다. 페달을 온전히 밟지 못하더라도 자전거 배우기를 시작했던, 지금보다는 조금 더 어렸던 시절의 용기와 무모함, 씩씩함. 그런 마음을 떠올리는 일이 나약함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일매일 나이를 먹으면서도 어제, 그보다 더 먼 어제, 그리고 곧 어제가 될 이 순간을 말하려는 일이 말이다.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독자분들도 행복하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2020년 3월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