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드물고 귀한 부산의 눈

다시 부산에 간 것은 1월 말이었다. 설 연휴 전 미리 본가에 들렀다가 연휴 앞뒤로 휴가를 내어 부산에 갔다. 설 연휴를 비껴가게 일정을 잡았는데도 기차표는 거의 없어서 눈에 띄는 대로 급히 예매를 해야 했다. 

최선생과 두번째로 함께 본 영화에도 남자와 여자가 나왔다. 영화를 보기 전 나와 남자친구는 눈을 맞으며 최선생의 집으로 향했다. 대전이 고향인 남자친구는 부산에서 나와 하루를 보내고 대전으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오랜 시도 끝에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최선생의 집에는 바의 주인과 최선생 집의 이전 세입자인 세영씨와 세영씨의 친구 혜윤씨가 있었다. 원래 우리는 술을 사갈까 하였는데 바의 주인이 참석하는 술자리에 어떤 술을 사야 할지 난감했고 그래서 치즈케이크와 초콜릿을 사갔다. 대구 이리찜과 방어회와 굴무침이 멜론과 하몽, 치즈와 함께 있었다. 바 주인은 우리에게 코냑을 따라주었다.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의 상태였는데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가도 순간순간 여기는 어디지? 라고 생각하는 얼굴을 하였다. 그런데 나라고 아주 다르지는 않았다. 다음날 그다음날 한 달쯤 지나서 육 개월쯤 지나서 혜윤씨라는 사람을 마주치면 알아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바의 주인에게 어떻게 이 시간에 계시느냐고 가게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원래 내일이 휴일이라고 하였다. 


―명절에 문을 여나요?

―저희는 명절에 손님이 더 많습니다.

―그럼 안 쉬고 하시는 거예요?

―당일만 쉽니다.


내일이 휴일인데 왜 오늘 쉬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나는 일정을 보다 하루 날 잡아 가겠다고 예약을 했다. 혜윤씨와 세영씨도 아 나도 그날이라고 말했다. 최선생은 소고기가 든 우동을 끓여주었고 그걸 먹고 바의 주인은 이제 곧 가야겠다고 하였다. 우리가 사온 케이크를 식탁에 올렸고 바의 주인은 커피를 내려주었다. 커피를 두 잔 마시고 그는 이제 정말 가봐야겠다며 위스키 한 병을 남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식탁 위에 두고 떠났다. 이어서 세영씨의 남동생이 누나를 데리러 와서 새로 딴 위스키를 마시고 함께 집으로 갔다. 우동을 먹을 때부터 소파에서 자던 혜윤씨는 세영씨가 가고 곧 잠에서 깨어 남은 커피와 초콜릿을 먹었고 남자친구는 이전에 내가 자던 방바닥에서 언젠가부터 자고 있었다. 나와 최선생과 혜윤씨는 커피를 새로 내려 잔마다 넘칠 듯 가득 채워 소파에 앉았다. 혜윤씨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우리는 그것으로 눈이 오는 것을 알았다. 드물고 귀한 부산의 눈. 우리는 잠시 창에 붙어 눈을 구경하다가 이제 막 시작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에서 여자는 여러 명의 남자를 만났다. 어릴 때 만난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지만 여자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 여자가 하려는 일들 학교에 가거나 시험을 보는 것을 쓸데없는 일이라 말했다. 가지 말라고 말했다. 여자는 가지 않았고 시간은 흘렀다. 시간이 지나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고 어느 날 훌쩍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곳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음식점을 하는 형제를 만나고 함께 따뜻한 것을 먹는다. 창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고 그 눈은 쌓이는 눈은 아니지만 흩날리며 사라지는 눈이지만 이곳에도 눈이 와. 눈이 오는 곳에서 눈이 오는 영화를 보았다. 긴 머리의 여자는 눈길을 웃으며 뛰었다. 눈을 뭉쳐 던졌고 눈 위를 웃으며 뛰다 구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 눈을 뭉쳐 던졌다. 나는 이를 닦고 작은방으로 가 침대 위에서 잠을 잤다. 


―너 이 닦았니?

―응응.


잠이 든 남자친구의 입을 오리처럼 모아 정말 치약냄새가 나네, 하고 장난을 쳤다. 편한 옷을 입고 와서 그대로 이불을 덮었다. 머리카락에서 간장냄새 맛있는 냄새가 났다. 구정 며칠 전 명절의 며칠 전 어디에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잠시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했다. 당신은 무얼 하는 사람 서로 묻고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영화를 볼 때 혜윤씨는 내게 기대고 나는 오늘 처음 본 혜윤씨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런데 말이야……


창밖에는 아직 눈이 오고 있을까 생각하다 오고 있어도 쌓이진 않겠지 영화 속 그곳처럼 하얗게 눈이 쌓일 수는 없을 거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우리의 잠을 깨운 사람은 혜윤씨였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이삭토스트를 사왔다고 했다. 모두 부은 얼굴로 토스트를 먹었고 혜윤씨는 회사를 가야 한다며 급하게 화장을 하고 나갔다. 이어서 나는 남자친구를 역까지 배웅했다.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대전에서 또 들르겠다고 하였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우리는 함께 서울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역시 눈은 쌓이지 않았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견딜 만하였다. 다시 최선생의 집으로 돌아와 남은 것들을 청소하고 사과와 커피를 먹었다. 최선생은 그 여자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여자는 추운 곳에서 돌아와 다시 사업을 하는 남자를 만나고 그의 집에서 머문다. 그는 여자가 필요한 것들을 준다. 따뜻함과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그것이 완전하지는 않아도 주고자 한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 다시 일본으로 가지만 어째서인지 그를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최명환의 설명은 정확하고 매끄러웠다. 여자는 영화의 마지막 우리보다 미래로 가 지금까지 본 것이 나의 어제였다고 말을 한다. 최선생은 남은 음식을 몇 가지 챙겨주었다. 


영화를 보다 잠이 들고 눈을 뜨면 영화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전 보던 것들은 꿈처럼 허물어지고 녹아가는 것 같다. 그런 아침에는 사과를 먹고 영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 준비를 마친 최선생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그제야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극장은 아니지만 극장을 나설 때처럼 방금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밖으로 나서면 이곳이 어디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소금이 물에 녹는 것처럼 이야기는 곧 흩어졌지만 바람이 불거나 막다른 골목에서 누군가의 얼굴에서 어제 본 영화는 겹쳐졌다. 이곳은 아직 눈은 오지 않지만 겨울이 되어도 눈은 드물지만 어제 여자는 눈길을 뛰고 눈을 베어 물었다. 당신은 그 여자가 아니지만 여기는 부산이지만 나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잠이 들기 전 본 세계와 눈을 뜨고 들은 이야기만을 가지고 길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최명환의 집에서 만난 사람들을 부산에서 두번째로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이미 눈이 내리지 않는 거리를 눈 속을 걷는 것처럼 웃으며 눈길을 뛰는 것처럼 웃으며 걸었다. 

부산역으로 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까지 걸었다. 배는 저곳에 있고 언제나 출발을 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고 가끔 도착하는 사람들을 못 볼 때도 있지만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오는 사람들이 있다. 벤치에 앉아 멀리 있는 커다란 흰 배를 보고 예상보다 한적한 그곳에서 사람들의 발소리와 외국어 안내방송과 뱃고동 소리를 들었다. 벤치에서 옆으로 누웠을 때 흔들리는 바닷물이 더 잘 보이고 여기에 오면 어딘가로 갈 수 있다는 것이 그 사실이 나를 안심하게 했다. 물론 당신에겐 여권이 필요하지만요. 그래도 갈 수 있다. 나는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다 부산역 근처 호텔 사우나에 들러 목욕을 했다. 때를 밀었고 돈을 드렸고 바나나 우유를 사 마셨다. 온돌방에 누워 삼십 분쯤 잤을 때 조금 춥다는 생각을 하며 깼고 다시 온탕에 누워 지금은 오후, 무언가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일까 아냐 오늘은 그냥 쉬어버리자라고 이미 생각해야 할 시간일까 생각하다 몸을 닦고 나왔다. 부산에서의 두번째 목욕탕이네 첫번째 목욕탕에서 나는 최명환을 만났고 한두 달 전의 일이 순간적으로 아주 예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집에 왔을 때는 추워서 보일러를 켰고 벌써 작년이 된 지난번에 사서 읽었던 신문이 테이블 위에 정리되어 있었다. 최선생이 준 굴무침에 밥을 데워먹었고 텔레비전이 보고 싶었다. 저녁에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밥을 먹으며 틀어져 있는 것 아무거나 입을 벌리고 넋 놓고 봐야지. 집에서 가져온 『티보가의 사람들』 3권을 신문 옆에 두었다. 이번에는 두꺼운 책과 또 두꺼운 책과 얇은 책을 가져왔다. 커피를 마시며 초콜릿을 먹었고 속옷과 양말을 빨아 널었다. 아직 집은 춥고 건조했다. 명절에는 모두들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것 같지만 어디에도 가지 않고 홀로 남아 오래도록 걷는 사람 혼자 밥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들도 많을 것이다. 물을 끓여 컵에 담아 손을 녹이며 책을 읽었다. 『티보가의 사람들』 속 자크도 집으로 향한다. 지금처럼 명절이어서는 아니고 위독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러 자크는 집에 들르고 그간 소식이 없던 그를 이미 늙은 유모는 유령처럼 느낀다. 명절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모이고 자크는 답답한 마음으로 빈방임을 알지만 지젤의 방안으로 들어간다. 이전에 지젤이 머물던 방. 이제는 주인이 외국으로 떠난 어둡고 텅 빈 방에서 자크는 잠시 쉰다. 오늘 새벽 잠든 방은 이전에 최선생이 살았던 방인지 아니면 손님을 위한 방인지 아니면 최선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살던 방인지 모르겠다. 책장 위는 코바늘로 뜬 레이스로 덮여 있었다. 국제시장에서 산 걸까 누군가가 정말로 뜬 걸까 샀더라도 누군가가 짐작할 수 없는 먼 곳의 누군가가 뜬 물건이겠지만 말이다. 책장에는 부산의 지도와 『동의보감』과 『성경』이 있었다. 무척 오래된 두꺼운 요리책도 여러 권 있었다. 『폭풍의 언덕』과 『빙점』이 일본어로 된 몇 권의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다. 노트와 제본된 인쇄물도 아래 칸을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머무는 방을 빼고 더이상 부산에 집이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될 때 혹은 정말로 부산에 집이 있는 사람이 되어버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갈 때. 그도 아니라면 최선생과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칼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다 그의 집에 오랜만에 들른다면 그때 그 작은방 침대에 앉아서 모든 것이 그대로 있음을 느끼며 슬플 것인지 안도할 것인지. 아니면 최선생은 다른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 함께 나란히 앉아 그때의 그 작은방을 추억할 것인지. 

물을 마시며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다 방안이 따뜻해지자 잠시 자다 일어나 책을 마저 읽었다. 이불 위에 누워 삼십 분쯤 깊이 자다 일어나 책상으로 가 책을 펼쳤다. 자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집이 있고 집에 돌아온 자가 있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다름 아닌 집이라면 그럼에도 돌아온 자는 곧 떠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집에 돌아온 자크를 보며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자크와 함께 있었다. 

최선생이 싸준 빵을 먹다 옷을 입고 나가 돼지국밥을 사 먹었다. 또 양파와 마늘을 잔뜩 먹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지역의 떡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떡을 맛보고 어릴 때부터 이 집 떡을 먹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가래떡과 콩가루를 묻힌 쑥떡과 작은 병에 든 꿀을 사서 돌아왔다. 가래떡을 꿀에 찍어서 먹고 꿀을 한 숟갈 입에 넣고 삼켰다. 자크와 함께 좀더 시간을 보내다 씻고 잠이 들었다. 오후부터 게으르게 보냈다고 할 수도 있고 뭔가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릴 때 자주 가던 사촌오빠의 작은방이 꿈에 나왔다. 그 방의 책장에는 김대중이 쓴 여러 권의 책과 정주영과 김우중이 쓴 책이 있었다. 그러나 꿈의 그 방은 어느 순간 문이 닫혔고 나는 소파에 앉아 배와 생밤을 먹다가 나왔다. 나는 처음 본 친구 그러나 어릴 적 친구라고 하는 이의 집으로 갔다. 그 집의 작은방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어릴 적 친구는 피아노를 쳤고 나는 침대에 누워 친구의 등을 보았다. 어릴 적 친구는 나와 같은 어른이 아니었고 열두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였다. 어린이와 함께 있는 나의 몸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슈퍼에서 신문을 샀다. 부산 지역신문 한 부만 샀다. ‘부산 따라 맛 따라’라는 코너에서는 우동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년 전 지금 위치로 이전을 했고 가게가 넓어져 이제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더 편하게 우동을 드실 수 있다고 했다. 명절을 맞이하는 자갈치시장의 모습이 사진으로 실려 있었다. 이전에 해가 질 무렵 자갈치시장에 갔을 때 건어물을 파는 곳에는 휴일이었는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길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그 뒤로 고등어 한 마리가 다다다다다 지나갔다. 너희는 생선 많이 먹니? 여기가 너희들 세상이면 좋겠네 생각했다.

어제 먹다 남은 빵을 마저 먹고 씻고 나와 영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대교를 지나 영도로 진입하는 순간 바뀌는 풍경은 여러 번 보아도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열차를 타고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향할 때의 풍경이 떠올랐다. 제니바코쯤이었을까 창 뒤로 바다가 펼쳐지고 이 열차를 매일같이 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들뜬 표정으로 스쳐지나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한진중공업 입구에서 내려 봉래성당을 향해 걸었다. 거대한 벽이 이어지고 벽화는 평화로운 하루와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고 신호등을 건너고 뒤를 돌아보면 거대한 배가 보였다. 조선소로 들어가는 작은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모든 종류의 촬영을 금지하며 특히 드론 촬영을 금한다고 되어 있었다. 문 앞의 경비는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영도에는 김은숙이 다니던 고신대학교가 있고 그가 교사로 참여했던 봉래성당 내 밀알야학도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와 작은 시장을 지나자 성당이 보였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마치 이곳이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성당인 것처럼 순간 여겨졌는데 왜냐하면 그곳에도 수돗가와 돌로 만든 벤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당 안을 오가는 사람들은 없었고 교육관이라 표시된 건물 안에서 중년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벤치로 다가가 앉았을 때 검은 것이 빠르게 튀어나갔다. 나는 네가 거기에 있는 줄도 모르고 앉으려고 했네. 검은 고양이는 순간 흑표범처럼 보였다. 저거 표범이야 흑표범. 나는 내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혼잣말로 검은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양이는 문 앞에 누워 있었다. 흑표범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뒷자리에 앉았다. 어느 성당이건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들었고 노란색 붉은색 그림자는 흐린 테두리를 만들며 흔들렸고 나는 최선생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기도하나 잠시 생각했고 또다시 조용히 자리를 잡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천국의 시간을 반복해보고 그 막연한 시간은 미래임에도 미래처럼 여겨지지 않았고 마치 슬픈 과거 같았다. 내가 태어나고 젖을 먹고 따뜻한 이불과 손길에 쌓여 있을 때 원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또한 적을 때. 나는 천국의 시간을 입에 담자 그때의 만져지지 않는 시간들이 떠올랐다. 눈을 떠 왼쪽 창으로 고개를 돌리자 쏟아지는 빛 속에서 먼지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전에 갔던 부산 근대역사관의 계단은 옛날 건물의 계단이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보이던 작은 창과 창에서 미끄러지는 햇빛과 햇빛 속에서 보이는 먼지와 창 너머 간판과 그 사이를 부유하는 빛과 먼지의 작은 흔들림이 성당과 이어지는 장면처럼 생각났다. 

성당을 나와 ‘이모 도나스’를 향해 걷고 걷고 골목에는 작고 오래된 술집들이 문 앞에 쳐진 발을 달고 있었다. 아직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낮에도 술을 마시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 무심한 얼굴로 밖을 보고 있었다. 도넛을 한 세트 사고 추가로 두 개를 따로 더 샀다. 추가로 산 도넛을 길에서 먹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최선생에게 집이세요 묻고 우리는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