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콧물이 흐른다―1

지난주에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작년에 받은 수술이 진정 마지막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겨울방학이면 하는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수술을 받았다.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어느새 칠십대가 가까워진 엄마 입장에서는 환자인 딸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 졸이며 피부이식수술의 성패를 2주간 지켜보는 일도 점점 버거운 듯하다. 20년째 수술을 받는 딸을 둔 엄마 마음을 아주 모르지 않는다. 


사고 후 첫 2년 동안에는 살아남기 위해 정말 목숨걸고 열 몇 시간씩 이어지는 수술을 받았었고, 더 쓸 만한 몸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 나이를 훌쩍 넘는 횟수만큼의 재건수술을 받아왔다. 그 모든 순간을 엄마와 함께했다. 고생하면서 수술을 받아도 늘 수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몇 차례 수술 실패로 인한 슬픔과 애달픔이 엄마와 나의 기억 여기저기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나는 또 수술을 받아도 몸이 괜찮아지면 그 고통이 잊히기도 하는데, 부모 마음은 안 그런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해도 부모님은 믿어주지 않고, 당신 걱정시킬까봐 거짓말을 한다며 나보다 몇 배 마음고생을 하신다. 그러니 1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이제는 불편해 보이던 데도 많이 좋아졌고, 사진을 찍어도 엄청 불쌍해 보이는 얼굴도 아니고, 또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으니, 내 딸이 여전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었으면 하실 것이다. 1년 중 열한 달 동안 ‘이제 내 딸은 괜찮지’ 하며 살다가 의사 선생님과 수술 상담을 하는 자리에서 내가 “여기가 불편해요, 저기가 불편해요” 하면 그 얘기를 옆에서 듣는 엄마는 ‘말을 안 했을 뿐 아직 내 딸은 괜찮지 않구나’ 하는 현실에 직면하시게 되는 것 같다. 딸은 불편하다고 얘기하고, 의사는 개선해줄 수 있다고 하니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딸의 고생을 또 가장 가까이서 환자보다 더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역할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엄마는 내가 수술 안 받았으면 하신다는 걸 알기에 눈치를 보다가 혼자 병원에 가서 수술 전 상담을 받고 수술 날짜도 잡았다. 수술 당일에도 아빠가 병원 앞에 내려주셨고, 수술이 끝나고는 퇴근하는 친오빠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없이 수술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 편한 몸으로 살고자 하는 내 욕심이 부모 마음을 결국 이겼다. 


다른 일에는 좀처럼 엄마 말을 거스르지 않는 나도 엄마가 내켜 하시지 않는 수술을 기어코 감행한 이유는 여전히 피부가 모자라서 한쪽으로 당겨져 불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모자라 당기면 마치 피부에 덕트 테이프 같은 걸 붙여놓은 것처럼 불편하다. 전혀 늘어나지도 않고, 한덩어리로 꽉 옥죄는 느낌. 그래서 지난 수년 동안 그렇게 불편했던 목과 턱이 이어지는 부위와 잘 벌어지지 않는 입, 잘 감기지 않는 눈과 잘 돌아가지 않는 손목 등에 추가적인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화상을 입은 초반에는 화상을 입지 않은 피부의 표피를 떼어다가 화상으로 피부가 없어진 곳에 이식을 한다. 이 방법을 부분층 피부이식술Split Thickness Skin Graft, STSG이라고 한다. 사람이 피부가 없는 상태로 있으면 통증도 물론 따르지만 몸안의 전해질이 계속 빠져나가기도 하고, 감염과 패혈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생명을 살리기 위해 화상 부위가 안정이 되고 나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표피를 이식한다. 이렇게 부분층 피부이식을 하면, 한 번의 수술로도 넓은 부위를 덮을 수도 있고, 사흘 동안만 움직이지 않고 지내고 염증만 생기지 않으면 피부가 옮겨진 자리에 표피가 붙는다. 말 그대로 정말 붙는다.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해놓기도 하지만 실로 꿰매는 일도 거의 없이. 그리고 표피를 떼어낸 피부 공여 부위에는 새로운 상처가 생겼기 때문에 회복과정 동안 무척 고통스럽다. 하지만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표피가 다시 생겨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사실인가!) 


피부 공여 부위에 새 표피가 돋아나면 처음에는 좀 많이 빨간색을 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 피부색으로 회복된다. 그래서 많게는 서너 번까지 같은 자리에서 표피를 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나처럼 넓은 부위에 화상을 입은 환자에겐 표피를 이식하는 방법이 아주 적절하고 또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수술 방법이다. 


그런데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표피만 이식을 하면 이식된 피부 표면이 피부 같지가 않다. 엄청 빨갛고 딱딱해진다. 켈로이드성 피부인 사람이라면 울퉁불퉁 이곳저곳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길게는 몇 년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가렵기도 하다. 이식 후 초기에 햇볕을 많이 쬐면 착색이 되어 이식한 피부가 검게 되기도 한다. 표피 이식을 받은 대부분의 화상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보다 더 짜증나는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식한 피부의 면적이 수축한다는 사실이다. 수술을 할 때는 손목을 일직선으로 펴놓고 이식을 진행하는데 일상생활을 하려면 일직선 막대기 손목은 쓸데가 없다. 손목이 다양한 각도로 꺾여야 되는데 피부가 사방으로 탄력 있게 늘어나도 모자랄 판에 딱딱하게 굳어지며 줄어드니까 외관은 둘째치고 관절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니 관절을 사용하려면 모자란 면적만큼의 피부를 덧대어주는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수술로 다시 부분층 피부이식술을 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표피 아래의 진피 조직까지 같이 떼어 이식하는 전층 피부이식술Full Thickness Skin Graft, FTSG을 하기도 한다. 전층 피부이식은 이식에 성공만 한다면 수술 예후가 좋다. 건강한 피부와 색과 재질이 비슷해지며, 아주 약간의 탄력성도 갖는다. 하지만 진피까지 떼어낼 수 있는 부위도 한정적이어서 표피 이식처럼 넓은 부위에 이식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한 번 떼어낸 진피 조직은 재생되지 않아 봉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봉합 수술 흉터도 남고, 결과적으로 전체 피부 면적이 줄어드는 셈이라 피부 공여를 해도 외관상으로도, 일상 동작을 수행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부위에서만 뗄 수 있다. 또 진피는 두껍기 때문에 이식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표피 이식이 붙는 개념이라면 진피 이식은 옮겨심기에 가깝다. 옮겨진 자리에서 피부가 움직이지 않고 바닥 조직에서 2주 동안 영양 공급을 잘 받으면(피가 통하면) 피부가 분홍빛을 띠면서 이제 그곳에서 뿌리내리게 된다. 테두리 흔적은 남지만 피부 자체만 봐서는 언제 이 피부가 다리에 있던 피부인가 싶게 얼굴에서, 목에서 자리잡는 것이다.


하지만 옮겨진 자리에서 움직여져서 흔들리거나, 혹은 바닥 자체가 좋은 땅이 아니라서 영양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애만 태우다가 어두운 붉은색에서 점점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피부가 괴사해버린다. 한번 그렇게 되면 되돌릴 약도 수술 방법도 영영 없다. 그러면 몇 주간 괴사한 피부에서 진물이 생기며 피부가 녹아내려 없어지는데 그 모습도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또 몇 개월 동안 그 자리는 딱딱하고 빨간 상처 조직 같은 살로 채워지다가 옆 피부를 끌어당겨서 변형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수술을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진피 이식술을 하면 피부가 뿌리를 내리는 2주 동안은 피부가 움직이지 않도록 인내하면서 꼼짝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껏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항상 뼈가 녹는 시간이라고 했다. 


(일상 얘기를 한다더니 계속 수술 얘기에 또 엄청 심각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심각한 일이 지난 20년간 나의 일상이기도 한 것을… 남들 다 흘리는 콧물 흘린 얘기는 다음 회에 이어가기로!)

이 작품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