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 안내: 1부를 마치며

얼마 전 인터뷰를 하던 도중 기자님께서 ‘작가가 된 지 만 5년이 된 소회’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해도 좀체 당황하지 않는 철면피인 저이지만(이를테면, 『대도시의 사랑법』이 진짜 작가님의 자전소설인가요? 와 같은 것들……) 그 질문을 듣고는 그만 당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5년……이라고?

정말……?


5라는 숫자가 아주 길게도, 턱없이 짧게도 느껴지는 요 몇 달이었습니다. 괜한 엄살 같지만(엄살이 맞지만) 소설쓰기라는 일은 이상하게 시간이 쌓여도 도통 숙련이 되지 않더라고요. 매일, 매 순간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아찔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몇 달을 보냈습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저는 2012년의 어느 날 ‘이무늬’라는 이름을 번뜩 떠올리는 순간부터 이 소설을 써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써나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97년, 세상이 두 쪽 나는 것 같았던 충격과 2002년의 뜨거웠던 여름, 2003년의 땀냄새 나는 기억들과 2005년, 세상천지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 같은 것들이 비로소 저를 『1차원이 되고 싶어』라는 소설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오백 매가 넘는 분량의 원고를 쓰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무늬, 남윤도, 강태리, 강태란, 류혜영…… 또 반장이며, 늑대 인간, 해리 포터라는 별명을 가지고는 있지만 끝끝내 자신만의 이름을 부여받지는 못한 ‘나’까지, 소설 속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과 마음의 온도를 찬찬히 되짚어봅니다. 1부를 쓰는 동안 무엇보다도 제 머릿속에서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처럼 바글대던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 몹시 행복했습니다.  


더불어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읽으며 큰 위안을 받았다는 사실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모니터에 비치는 저밖에는 볼 수 없어서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힐 때가 많은데, 그런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여러분의 온기가 저를 기꺼이 쓸 수 있게 해줬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열심히 따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보름 정도 숨고르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이 조금 더 완연해져 있을 6월에 조금은 더 무거운 내용의 2부를 선보일 생각입니다. 

너무나도 아끼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영원히 달콤한 시간에 머무르게 해주고 싶지만, 삶이, 이 사회가 결코 이들을 그렇게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더 모질어질 생각입니다. 소설 속에서도, 또 작가인 저 자신에게도요. 


이 소설이 다루게 될 시간들로 말미암아 저와 여러분 모두가 그때 그 시절, 미숙했던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2020년 5월 13일 

박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