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15

 

강제실종. 그런 말이 있었다. 실종이면 실종이지, 강제실종은 다 뭔가. 강한경이 활동했던 모임의 정확한 명칭은 의문사 유가족과 강제실종자 가족 협의회였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강제실종이란 공권력이 개입한 상태에서 의문의 실종을 당한 경우를 말하는 것 같았다. UN의 규정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설명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경찰이 끌고 갔는데, 그런 것 같은데, 그후 사라져버렸다는 얘기였다. 더 간단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시체를 못 찾았다는 것이었다.

관련된 케이스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시체를 찾기는 했으나 오히려 그럼으로써 공권력이 개입되었던 것이 확증된 케이스들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그러했다.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이미 화장되어버린 경우, 익사체로 떠오른 경우도 있었고, 숲속에서 목을 매단 채로, 혹은 매달린 채로 발견된 사람도 있었다. 경찰의 발표는 물론 그들의 주장과는 달랐다. 교통사고, 추락사, 익사, 자살. 경찰은 이 사건들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했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었을 테니. 고문은 없었다, 강제구인이나 연행도 없었다, 그런 시도조차 없었다…… 사인을 발표하면서 경찰 혹은 기관이 내놓은 해명을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안찬기조차 그랬다. 한 대 때렸겠지, 두 대도 때렸겠지, 그러다가 엄청나게 쥐어패고, 매달고 그랬겠지. 도망치는 놈은 쫓아가기도 했겠지, 죽어라고 쫓아갔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경찰이나 관권이 실제로 그들을 죽였다는 걸 의미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전직 경찰인 안찬기의 생각은 그랬다.

정치와 얽힌 사건이 딱 질색인 이유는 그래서였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경찰의 편일 수밖에 없었는데, 동시에 그런 자신이 딱히 자랑스럽게 여겨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옳고 그른 것, 맞고 틀린 것을 판단하기에 앞서 편을 가르고 선을 긋는 일이 먼저였다. 누가 내 동생을 때렸느냐며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뛰어나가는 형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상대가 뭘 어쨌는지도 모르고,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그냥 뛰쳐나가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냥 본능이었다. 게다가 그 본능이란 것이 한번 발동되기만 하면 얼마나 사나운지.

아무튼. 강한경의 아들은 한때 실종자였고, 그것도 강제실종자였다는 것이다. 그는 기관원들에게 연행되었다가 풀려난 직후에 사라졌다. 부평 지역의 공장노동자였고, 노조 설립 운동과 관련되었던 모양이다. 과격분자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연행된 이유도 본인 때문이 아니었다. 다른 주요인물의 행적을 캐던 도중에 엮였을 뿐인 듯했고, 금방 풀려난 걸 보면 뭐 대단한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풀려나고 며칠 뒤 그가 누군가에게 쫓겨 정신없이 도주를 하는 모습이 동네 이웃에게 목격되었는데, 그를 쫓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기관원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어떻게 하면 누군가가 기관원처럼 보이나? 기관원이 기관원처럼 보이면 그게 기관원인가? 아니면 오히려 그래서 더 기관원인가? 아무튼. 그날 비슷한 시간에 누군가가 그 동네의 둑길을 달려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둑길은 당시 공사중이던 다리로 이어졌다. 기관원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강한경의 아들이 다리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이유였다. 그날 이후로 그의 종적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강한경의 아들이 강제실종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그때까지는 살아 있던 그를 기관원들이 연행해갔다가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은 채 죽게 했을 수도 있고, 혹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는데 그 시체를 유기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덜 죽은 그를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두드려 패고는 갖다 버렸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의심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없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없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비일비재했으니까. 그러나, 강한경의 아들은 아니었다. 그는 살아 있었다.

신기한 것은 강한경의 행동이었다. 강한경의 아들이 강제실종자로 유명해진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들이 실종된 후 얼마 동안 강한경은 이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것도 상당히 열성적으로. 시위, 기자회견, 투서, 심지어는 투석, 더 나아가서는 화염병 투척까지 했다. 화염병 투척의 경우는 결과가 아주 나빴다. 그게 시위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 화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협의회의 공식적인 활동에서 강한경이 사라졌고, 얼마 후에는 명단에서까지 사라져버렸다. 협의회 쪽에서 강한경과 선 긋기를 한 것 같았다.

강한경은 아들이 강제실종되었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죽자고 협의회 활동을 한 것일까. 그러다가 아들을 찾은 것일까. 그래서 더는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실종신고는 취하하지 않은 것일까. 죽은 후에는 왜 사망신고도 하지 않았을까.

의문은 또 있었다. 그는 왜 황이만을 차로 밀어버리려고 했을까. 그것도 김주열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에.

강한경의 아들, 강노을과 황이만은 접점이 전혀 없었다. 둘은 나이도 달랐고 사는 곳도 달랐고 살았던 환경도 달랐다. 김주열도 마찬가지였다. 그 세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연결고리가 있다면 그걸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강한경뿐일 텐데, 그와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중환자실에서는 나왔지만, 일반 병실로 옮긴 후에도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안찬기는 자꾸 찾아갔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찾아가서는 정신도 또렷하지 않은 강한경에게 묻거나 말을 걸었다. 교통사고에 대해 물었고, 감림수목원에 대해서 얘기했고, 아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강제실종과 수목장에 대해. 그리고 왜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무엇보다도 그의 아들이 언제 그에게로 돌아온 건지. 그러니까 강제실종이 종료된 게 언제였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질문이라니. 피의자를 취조하는 기술이란 게 있었다. 좋은 경찰, 나쁜 경찰, 그 가운데의 경찰, 이도 저도 아닌 경찰, 경찰 같지도 않은 경찰…… 그런 역할 놀이를 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건 한 대 후려치는 것이다. 기습적으로, 난데없이. 그러나 강한경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경찰이 아니었다. 게다가 혼잣말하는 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혼자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사건을 좀더 명료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름 재미도 있었다. 늙은 것이다. 말이 많아질 나이였고,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게 되는 나이였다.

강한경이 혹시 정신이 들까 기다리는 동안에는 노트를 반복해서 펼쳐 보았다. 노트북이 아니라 노트. 공책. 황이만의 여자친구 이름을 자꾸 깜빡했다. 잠시 기다리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잠시 동안을 참을 수가 없었고, 그 잠시 동안 자신의 늙음을 견딜 수가 없었고, 견딜 수가 없어지면 폭발을 했다. 그러나 참는 것도 배워야 할 일이었다. 그는 이제 그 정도는 알았다. 그러니까 폭발하기 전에 얼른 공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연희. 그렇다. 이연희라고 했었다. 황이만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여자아이의 이름 위에 빨간 동그라미를 여러 번 그려놓았다. 동그라미를 그렸던 이유는 뚜렷이 기억났다. 이 사건에는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김주열은 이십 년이 넘게 실종 상태였다가 백골로 발견되었고, 강한경의 아들은 심지어 강제실종이었던 적이 있었으며 기록상으로는 여전히 실종 상태였다. 이연희라는 아이는, 이젠 아이도 아니겠으나, 실종은 아니었다. 이연희는 현재 한국에 체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제부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 거주지가 미국인 모양인데, 이장군의 장례식 때는 귀국을 해 기사에도 났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사라졌다는 건 황이만의 주장일 뿐이었다. 황이만의 주장에 따르자면 헤어진 여자친구들은 헤어진 남자친구들에게는 전부 사라진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에게도 사라진 여자들이 많았다. 다른 남자와 잘 살고 있거나, 아니면 뜻밖에 일찍 죽었거나, 대개는 그냥저냥 늙어가고 있겠지.

그는 이연희와 유상대를 기억했다. 참고인 조사를 위해 이연희에게 연락을 했는데, 이연희가 오기로 한 시간에 서장실에서 호출이 왔었다. 이연희가 그곳에 있었다. 서장은 이연희가 이장군의 딸이라고 말했고, 그는 서장이 말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연희의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서장실 밖에 서 있던 유상대의 얼굴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익숙한 기운이 있었다. 해결사의 기운 같은 것…… 유상대의 옆을 지나가면서 일부러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었다.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눈이었다. 위협도 없고, 경고도 없고, 불안도 없었다. 무언가를 그냥 송두리째 빨아들이거나 쏟아낼 것 같은 눈이었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 그런데 편의점 주인이 되었다 이거지!

해결사든 경찰이든, 늙으면 별수없는 것이다.

강한경을 만나러 갔다가 또 한번 소득 없이 병원에서 나와야 했던 날, 그는 내비게이션의 최근 목적지에 뜬 감림수목원이라는 글자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한번 더 가보자. 이유는 모른다. 가보고 싶을 때는 가보는 것이고, 운이 좋으면 뭔가를 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여전히 공사가 중지된 채 텅 비어 있는 감림수목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는 강한경이 아들을 묻었다는 나무 아래에서 정종 병을 발견했다. 정종 병 속에 마른 북어가 들어 있던 포장지가 끼워져 있었다. 포로 찢은 것이 아니라 제사상에나 올릴 법한 통북어 포장지였다. 정종 병 안에 뭔가가 더 있었다. 영수증이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그 영수증을 꺼냈다. 영수증은 잘 나오지 않고 병목에 걸려서 찢어졌다. 그러나 영수증이 발행된 날짜는 확인할 수 있었다. 710일이었다.

백골 사체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 날이었다. 그다음날 그가 황이만을 차로 밀어버렸다. 강한경은 황이만을 차로 밀어버리기 전에 죽은 아들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었을까.

정종 병 안에 영수증 말고도 또 종이가 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나뭇가지를 이용해 끄집어내야 했는데, 영수증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서 거의 뭉개져 나오다시피 했다.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듯싶었다. 나무 그림, 혹은 나무를 심는 누군가의 그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피인가? 노을인가? 알 수 없었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잡은 손에 찌릿 전기가 왔다. 발신인의 이름이 유상대였다. 곧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유상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올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이 사건에는 하고 싶은 말들로 넘쳐나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 같았다. 그는 몇 번 더 진동이 울리도록 잠시 기다렸다.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16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안찬기가 이만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만은 김주희의 집에 있었다. 이만이 김주희를 자주 찾아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꾸 찾아가는 이유까지는 알지 못했다. 김주희가 예쁜 여자여서일까? 안찬기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어디서 좀 보지?”

안찬기가 말했을 때, 이만은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겠느냐고 물었다. 근방에 도착해 다시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김주희의 집으로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몸이 좀 불편해서 당장 움직이기가 힘들다는 거였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싶었다. 남의 집에서 몸이 불편해 못 움직이겠다? 두 사람이 벌써 무슨 사이가 된 건가? 역시 안찬기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골목과 계단이 많은 동네였다. 안찬기는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 욕설을 내뱉어가며 김주희의 집에까지 올라갔다. 대문이 열려 있었다. 마당에서 김주희가 쌍둥이의 머리를 감기는 중이었고, 이만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마루에 걸터앉아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몸이 안 좋다더니 정말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 보였다.

김주희는 안찬기를 한번 올려다보고 눈인사만 했다. 머리를 감고 있는 아이가 눈이 맵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미 머리를 다 감은 아이는 옆에서 다시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지만 더위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찬기는 마루로 가 이만의 옆에 앉았다.

괜찮은 거야?”

더위를 먹었나봐요.”

어쨌길래 그래? 근데 왜 나와 있어?”

방안에 있는 벽걸이 에어컨을 바라보며 안찬기가 물었다. 밖이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고장났어요. 여기가 그나마 시원해요.”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나. 올해 같은 여름에.”

그러게요.”

기계 못 만져? 에어컨 못 고쳐?”

컴퓨터도 못 고쳐요.”

컴퓨터 회사 사장이?”

컴퓨터 회사 아니에요.”

둘은 남의 집에서 남의 집 주인이 아이들을 씻기고 있는 동안 그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가난한 집이었지만 축대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했다. 어둠이 내리기 직전, 아주 잠깐 동안은, 세상 전체라도 가진 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는 집이었다.

…… 친구 말이야.”

이연희의 이름을 말해도 될까? 만일에 둘이 어느새 어떤 사이가 된 거라면? 그러나 안찬기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연희랬나? 이연희? 요샌 말이야. 딴것보다 이름 외우는 게 제일 안 된단 말이지.”

이연희 맞습니다.”

그 여자를 쫓아다니던 남자가 있었어. 알고 있나?”

짐작은 했습니다.”

누군지는 몰랐고?”

알았으면 그때 말했겠지요. 날 그렇게 한 사람이잖아요.”

김주희 때문일까, 아니면 김주희의 어린 아들들 때문일까. 이만은 자신을 칼로 찌른 사람이란 말 대신 그렇게 한 사람이라고 했다. 안찬기에게는 그 말이 더 듣기가 나빴다. 칼로 찔린 것보다 더한 것을 암시하는 말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안찬기는 몸을 돌려 선풍기를 좀더 세게 틀었다. 칼에 찔렸을 당시 이만이 연희의 남자에 대해 말했었다. 그러나 안찬기는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습격범이 내 여자라고 했다는 이연희가 이장군의 딸이었으니까. 그러나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다. 당시 황이만의 말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던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한밤중의 길거리에서 난데없이 칼에 찔리는 건 누구에게도 결코 평범한 경험일 수 없겠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이만은 정상적이지가 못했다. 칼로 찌른 놈이 아니라 칼에 찔린 놈이 마치 미친놈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늘어놓고, 그러다가 부들부들 떨고, 진술을 하다 말고 흐느껴 울기도 했었다. 당시 안찬기는 어떻게 해도 이만에게 호감을 품을 수가 없었다. 호감은커녕 딱하다는 마음조차 품을 수가 없었다.

그 얼마 전에 대학생 하나가 분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시국사건은 언제나 골치 아프고 마음만 복잡하게 하는 일이었다. 분신자살을 한 아이가 몇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 마음이 더 복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미 애비가 얼마나 고생을 해서 저를 그 좋은 대학에 보내놨는데, 그놈이 지 목숨을 그렇게 험악하게 버린단 말인가. 그렇게 혼자 욕설을 내뱉기도 했었는데, 이만과 마주앉자 그 욕설이 거꾸로 이만에게로 향했다. 어떤 놈은 세상 한번 바로잡아보자고 지 목숨도 바치는데, 이 자식은 칼에 좀 찔렸다고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그러나 그랬던 이만은 그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성공을 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만은 그때 칼에 찔리고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그걸 칼에 찔린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강노을. 이연희를 한참 쫓아다닌 모양이더군. 요즘 말로 하면 스토킹이지.”

편의점 주인이 된 전직 해결사 유상대에게서 들은 정보였다. 바로 두어 시간 전에.

1994년 무렵에 강노을이 이연희를 쫓아다녀서 유상대가 그를 혼내준 적이 여러 번이었다고 했다. 유상대가 그 말만을 하기 위해 안찬기를 만나자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날 오후 유상대가 안찬기에게 한 말이 많았다. 그러나 아직은 이만에게 그 말을 다 해줄 생각이 없었다. 맞춰야 할 퍼즐 조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안찬기는 말을 골랐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그거 뭐야? 자폐라고 하나? 그런 비스무리한 증상이 있었다더군. 살짝. 강노을은 강한경 아들이야. 체로키, 그 노인, 알지?”

갑작스러운 정보들이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이만은 안찬기의 말을 끊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안찬기가 말 끊기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보를 취합한 후 재배열하는 시간이 필요해서일 터였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그 정보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시간.

강노을이 황대표를 그렇게 한 걸 이연희가 알게 됐던 모양이야. 강노을이 자네를 그렇게 하고 나서 곧바로 자네 자취방으로 갔었다네. 이연희는 겁이 나니까 삼촌한테, 편의점 그 양반 말이야, 그 사람한테 전화를 했다는 거지. 이연희는 그때 그 양반한테 끌려가서는 그 이후로 집 바깥으로는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는 거고.”

강노을하고 연희는……

둘의 관계를 묻는 말이었다. 일종의 스토킹이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런 애매한 설명으로는 그 무엇도 이해하기 힘들 터였다. 스토킹이란 게 마치 교통사고처럼 둘이 길거리에서 부닥쳐 쾅, 하고 발생하는 것은 아닐 테니. 이해가 어려운 것은 안찬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강노을과 이연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기는 했지만 그걸 스토리로 엮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둘은 어떻게 아는 사이였던 겁니까?”

그 집에, 이장군 집에 말이야. 나무를 심어주러 갔다가 이연희를 봤다네.”

그렇게 말해놓고, 안찬기는 핫, 했다.

그때부터 반했다네. 한눈에 반해서 그랬다네.”

, 하고 후배 형사 흉내를 냈던 건, 그 이야기가, 그러니까 강노을과 이연희의 사연이 그토록이나 극적이어서 놀랍다는 게 아니라 그 정반대의 표현이었다. 뭐가 그렇게 시시해. 사람이 몇이나 죽어나가고, 누군 칼에 찔리고, 누군 암매장당하고, 별별 일이 다 벌어진 사건에, 뭐가 그렇게 시시하냐 이 말이지.

유상대의 말에 의하면, 그 말을 다 믿을 수 있다면, 강노을이 이연희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이연희와 이만이 서로 알기도 전부터의 일이었다. ‘강노을이란 놈이’ ‘집요하기가 쇠심줄 같아서이연희의 주변을 맴돈 게 한두 달도 아니고 해를 넘긴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스토킹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강노을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제실종사건.

그러나 유상대의 말에 의하면 그건 강제실종이 아니라 자발적 실종이었다. 무슨 일을 당했던 것인지, 연행되었다 돌아온 강노을은 그후 사소한 일에도 놀라 도망부터 쳤다. 아주 필사적이었다. 공장에도 안 나가고 저 살던 방에도 안 들어가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다시피 했다. 그 와중에도 연희는 쫓아다녔다. 그것도 죽자사자 쫓아다녔다.

집 근처에서 얼쩡대는 강노을을 이장군까지 목격하게 되었고, 유상대는 심한 문책을 당했다. 말이 문책이지, 조인트도 까이고 뺨도 얻어맞았다. 그래서 유상대가 강노을을 겁도 줘보고, 붙잡아서 때려주기도 하고, 별별 짓을 다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겁을 줄 때마다 하는 말이, 누가 자기를 잡으러 온다고, 도망쳐야 한다고, 그런데 연희와 같이 도망쳐야 한다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럼 강노을은, 지금?”

이만이 물었고, 안찬기는 죽었다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만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쌍둥이 중 하나가 대야를 엎었고, 김주희가 그 아이의 등짝을 때렸고, 또 한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집에서 누군가 욕설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안찬기는 목에 달라붙은 모기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말을 이었다.

그때 그랬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

이만이 다시 물었다.

뭐가?”

강노을 아버지, 강한경이요. 교통사고요. 사고가 아니었던 거죠? 근데 왜요, 왜 나한테요?”

김주희가 일어서서 빨랫줄에 걸린 수건을 걷었다. 수건에 가려져 있던 속옷들이 드러났다.

황대표한테 맺힌 게 있는 모양이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나는 강노을이란 이름도 처음 들어봅니다. 그 사람도 그렇고, 그 사람 아버지도 그렇고. 강한경 말입니다. 누군지도 몰랐어요.”

다들 몰랐지, 서로서로. 대부분은.”

무슨 말입니까?”

그날, 거기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더군. 그런데 다들 서로가 서로를 몰라. 황대표, 자네만 해도 강노을을 모르지. 그리고……

김주열도 몰랐지, 라고 말하려다 말고 안찬기는 입을 다물었다. 김주희가 신경쓰여서였다. 여태까지 김주희네 집 마루에 앉아 할 말, 안 할 말을 다 해놓고는 이제 와서야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결국, 이만에게 하고 있는 말이 김주열에게로 닿을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김주희는 정말로 이상한 여자였다. 사람을 완전히 방심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때때로 그냥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어떤 사람들은 쉽다고 표현할 터였다. 쉬운 여자라고.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비어 있는 것…… 그게 무엇인가 궁금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존재 자체가 홀 같았다.

그렇더라도 김주희 앞에서 김주열의 이름까지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김주열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그다음 이름들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잠시 충동을 느끼기는 했다. 자신이 그 이름들을 입 밖으로 내도 김주희는 여전히 똑같을까. 떡볶이집에서 그 이름들을 처음 말했을 때, 김주희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하듯이. 다 모르는 이름들이 아니고 민혁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이름에조차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럴까. 강노을의 이름을 입 밖에 내면서 그가 김주희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는 걸 이만은 모를 것이다. 김주희에게서는 그 어떤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목욕을 다 끝낸 아이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아이들의 조잡하고 명랑한 그림들이 벽에 가득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대여섯 살짜리 아이들이 있는 보통의 집, 보통의 가정 풍경이었다.

여기 있을 거야? 집에 안 가?”

자리를 옮기자는 뜻이었고, 이만이 당연히 알아들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여기 좀더 있겠습니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이 드네요.”

김주희는 마당 수돗가에서 이제 대야와 바가지 따위를 씻고 있었다. 그들 이야기는 귓전으로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혹시 저 여자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아주 훌륭한 연기자가 아닐까.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쉬워 보이는 것도 전부 다.

 

 

17

 

김주희의 집 마당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열대야였고, 밤에도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아이들이 고장난 벽걸이 에어컨을 긴 막대기로 두들겨댔다. 갑자기 에어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환호를 했고, 선풍기 앞에 앉아서도 땀을 줄줄 흘리고 있던 주희의 얼굴도 환해졌다. 주희는 에어컨 앞으로 가서 셔츠 깃을 벌려 찬 바람을 쐬었다.

이만은 여전히 마루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에어컨이 있는 방은 하나뿐이었고, 그 방에서 세 식구가 더위를 식히며 잠을 잤다. 안찬기가 오기 전까지 이만도 그 방에 누워 있었다. 공광식을 만난 후부터 이만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출근을 해도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은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스튜디오형인 넓은 아파트가 마치 동굴처럼 여겨졌다. 오후가 되자 그는 집밖으로 나왔고, 택시를 타고 떡볶이집으로 갔다. 떡볶이집은 여름휴가중이었다. 이만은 다시 골목골목을 돌고, 계단 계단을 올라 김주희의 집으로 향했다. 더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열이 내부로부터 뿜어져나와 온몸이 그냥 물에 젖은 휴지처럼 흐물흐물 해체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김주희의 집이 보이는 골목에서 개 한 마리와 마주쳤다. 진돗개만한 몸집의 개가, 그러나 잡종이 틀림없는 개가 골목 한가운데 우뚝 멈춰 서서 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위엄이 느껴지는 개였다. 그 개가, 이만에게 말했다. 짖는 게 아니라, 말했다.

 

가만있어. 기다려.

 

이만이 김주희의 집에서 더위를 식히고, 열을 식히고, 잠깐 졸았다가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저녁이 되어 있었고, 그때 안찬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밖에 나가서 안찬기를 만나야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몸은 그대로 바닥에 달라붙어버린 듯했다. 그는 일어서고 싶지 않았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고,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가만있어, 라던 개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아이들은 밤이 깊도록 마당에서 물놀이를 했다.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고 새 옷을 갈아입었는데, 그 옷을 벗고 다시 물놀이를 시작했다. 그토록 더운 밤이었고, 아직 막대기로 얻어맞지 않은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고 있을 때였다. 마당에는 두 아이가 다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큰 함지박이 있었다. 함지박이 새서 자주 물을 더 채워줘야 했다. 이만과 주희는 마루 끝에 걸터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바라보았다. 주희는 가끔씩 중얼중얼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나중에 알아들었다.

송중호, 황경선, 정명주, 민혁.”

그리고 한 호흡 쉬었다가, 다시.

최윤재, 김주열.”

그날 그곳 빈집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이만은 주희의 말 뒤끝에 이어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리고 강노을, 이연희, 유상대……

그날 밤, 그곳 어딘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차마,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날 그곳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의 누가 칼로 찌른 자이고, 누가 찔린 자인지도 몰랐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죽은 자가 있다는 것이고, 그가 김주열이라는 사실뿐이었다.

문 닫아야 해요.”

에어컨이 켜진 방안에서 주희가 말했다. 문 닫아요, 문 닫아요, 쌍둥이가 이어서 소리쳤다. 문을 닫겠다는 뜻인지, 들어오라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만이 네, 라고 말한 뒤에도 문이 닫히지 않아서 그제야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다. 아이들이 방문을 닫은 후 자리에 누웠다. 두 아이가 동시에 주희와 이만 쪽으로 돌아누워 그 둘을 올려다보았다.

.”

주희가 말했고, 애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주희가 불을 껐고, 아이들이 다시 한번 키득키득 웃었다. 마치 자기들이 잠들고 나면 불 꺼진 방에서 저 두 어른이 무슨 짓을 할 건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니까, 우리만 빼놓고 보물찾기를 하겠지, 옛날얘기도 하겠지, 서로 무서운 얘기를 해주다가 덜덜 떨기도 하겠지, 간지럼도 태우겠지…… 재밌겠다…… 어른들은 재밌는 건 항상 자기들끼리만 하니까…… 그러다가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색색 울리기 시작한 후에도 주희는 불을 켜지 않았다.

이제야말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실은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가겠다고 몇 번 말을 하기도 했었다. 갈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가야 할 것 같기는 해서 그렇게 말할 때마다 주희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가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더라도 불이 꺼지고, 문까지 닫힌 방안에서 밤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만이 가야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김주희가 쉿, 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만이 또 한번 말하려고 할 때, 김주희가 말했다.

내 말을 들으세요.”

이만은 김주희의 말대로 했다.

그냥 놔두세요, 제발.”

뭐를?

그래도 되잖아요. 당신은 죽지도 않았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잘 살았잖아요. 잘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내 생각을 해봐요. 난 어떻게 살았을 거 같아요?”

글쎄…… 어땠을까.

누군가는 그애들한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어요.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했고, 누군가는 그러게 해야 했다고요.”

무슨 말인가.

송중호, 황경선, 정명주, 민혁, 최윤재.”

이만은 침묵했다.

그애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요. 그러니까 가만 놔둬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