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면서 마지막 문장을 먼저 생각한다고 했었다. ‘미라에게.’ 이렇게 끝낼 수 있을까라고도 했다. 그렇게 끝내지는 못했으나 대신 해피 엔딩이라는 단어를 썼다. 써놓고 끝을 내면서 또 생각한다. 그럴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시작한 것이 대여섯 해 전의 일이다.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지우고 그러는 동안, 정작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아니라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그 주변인에게 더 마음이 가게 되었다. 미라는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사람들, ‘같잖은 이야기’에서조차 거론되지 못하지만 실은 더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 이름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이 가는 순간, 그 마음이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미라 얘기를 먼저 써서 책으로까지 냈다. 보실 마음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으나, 그 책 제목을 말씀드려야겠다. 현대문학에서 먼저 출간된 『벚꽃의 우주』다. 무죄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 소설에서 썼다.
이 소설은 그러면 유죄인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어떤 이야기도 그렇게 간단히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내 소설은 언제나 그런 것처럼 질문일 뿐이다.
해피 엔딩이라니.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이토록 긴 글을 써놓고 나서 나는 또 그걸 묻고 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김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