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6


연희는 그가 병원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말을 병원으로 찾아온 형사에게서 들었다. 범인이 그를 칼로 찌르기 직전에 했던 말을 진술했기 때문에 연희 역시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희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형사가 그에게 전해준 말이었다.

그러므로 연희가 한 번이라도 병원을 찾아오기만 했다면 이만은 아마도 말했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칼에 찔린 건 나이고 칼로 찌른 건 미친놈일 뿐인데, 세상엔 미친놈이 넘치고 넘쳐나니까, 오죽하면 나도 가끔은 내가 미친놈 같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데 공연히 너까지 경찰서를 들락거리게 했다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러니 내 사과를 받아주고, 내가 퇴원하는 대로 우리가 미처 못했던 일을 계속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아니, 훗날의 상상일 뿐이다. 병원에서의 그는 농담은커녕 공포와 불안과 편집증으로 뒤범벅이 되어 거의 정신병적인 상태에 빠져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무서웠다. 어느 날은 의사까지도 무서웠다. 의사가 수술칼을 들고 달려드는 꿈을 꿨고, 그런 꿈에서 깨어난 후에는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오래 퇴원할 수 없었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연희는 나타나지 않았다. 삐삐에도 결코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연희의 집을 알지 못했고, 집 전화번호도 알지 못했다. 그 시절의 흔했던 레퍼토리. 엄한 부모님 때문에 남자의 전화는 받을 수 없고, 언감생심, 그 남자와 집 앞까지는커녕 집 앞 골목까지도 같이 갈 수 없다는. 그가 알고 있는 건 연희의 삐삐 번호뿐이었다. 물론 그는 그녀의 친구들을 몇 명 알고 있었고 그 친구들의 삐삐 번호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연희의 집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그는 묻고 또 물었다. 나중에는 연희의 친구들도 그에게 응답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몸이 회복되자마자 이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연희를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연희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정말이지 놀랄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무조건 찾아 나서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집은 몰랐지만 그녀가 내리던 버스 정거장은 알았다. 그는 무조건 기다렸다. 그녀가 손을 흔들던 버스 정거장에서, 그리고 손을 흔들며 사라져가던 골목길 입구에서, 칼에 찔린 상처를 몸에 지닌 스물두 살의 청년이 지팡이를 짚고서.

혹시 쉽게 만날 수 있었다면,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반가웠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병원에 한 번도 안 왔어? 걱정스레 묻기라도 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그를 가득 채우고 있던 말은 오직 한마디뿐이었다.


누구야? 


연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를 칼로 찌르고 벤 자, 그자를. 다섯 번이나 그를 깊이 찌르고, 벤 자를. 아니면 모른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했다. 경찰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딱 한 번 연희와 비슷한 여자를 본 적이 있었다. 여자는 그가 서 있던 골목 입구 쪽으로 내려오다가 잠시 멈칫했고, 곧바로 뒤돌아섰다. 밤 열한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여자가 걸어나오던 골목에는 가로등이 있었지만 날벌레들로 뒤덮여 그 불빛이 밝지 않았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그는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여자를 쫓아갔다. 연희였다. 연희가 분명했다. 연희의 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만은 연희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뛰지도 않는 그녀의 발걸음이 너무 빨랐다. 실은 지팡이를 짚고 절뚝절뚝 걷는 그의 걸음이 너무 느렸던 것일 터이다. 연희가 갑자기 멈췄다. 아니, 연희가 아니었다. 아니, 연희였다. 멈춰 섰던 연희가, 아니 여자가, 아니 연희가 골목을 휙 돌아,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는 가난한 동네처럼 골목길이 많은 동네였다. 어쩌면 그 시절의 모든 동네들이 그랬을까. 연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여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골목을 돌았을 때, 그곳에는 깊은 어둠뿐이었다. 길고 복잡한 골목이 골목으로 이어졌고, 그 골목은 다시 또 길고 복잡한 골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난데없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압도적인 높이의 담을 가진 저택들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완강하게 외부로부터 내부를 가리고 있는 동네였다. 걸어다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가끔 거대한 승용차들이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 지나쳐갔다. 여자도, 연희도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십대, 칼에 찔린 후의 그의 이십대, 그 나머지의 세월은 연희를 찾는 일로만 채워졌다. 물리적으로 그랬다는 뜻은 아니다. 연희의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버스 정거장에서 반복해 기다리고, 연희인지 아닌지 모를 여자가 사라졌던 골목길을 헤매며 다니고, 연희의 학교를 찾아가 휴학중이던 연희가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몇 달 동안은 할 수 있어도 몇 년 동안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해가 다 가기도 전에 연희를 찾아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에게는 서서히 연희를 찾는 일 이외에도 달리 해야 할 일들이 생겨났다. 말하자면 현실의 삶. 부상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았고, 병특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고, 학교에 복학을 했고, 친구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술도 마셨다. 그러나, 한 번도 연희를 잊은 적은 없었다.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날 때까지. 그의 이십대 시절 내내 그의 모든 감각과 본능은 연희를 향해 있었다. 


너 어딨어. 어디에 있는 거야!


그의 모든 감각이 그렇게, 수시로, 몸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7


1994년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다. 어느 해에나 수많은 일이 있는 법이지만, 1994년은 더했다. 끔찍한 한 해였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1994년에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연쇄살인을 일으켰던 지존파 사건이 있었고,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있었다. 사건사고로 점철이 되었던 한 해였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후에는 유람선에서 불이 나고,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전쟁 같은 한 해였다.

그는 그해에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세세히 기억했다. 다섯 번의 칼은 그의 육체를 찌르고, 그의 내부를 찔렀다. 내부의 어딘가, 아주 깊숙한 곳을. 병원에서도, 병원에서 퇴원을 한 후에도 툭하면 울음이 터졌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울음이 그냥 터져나왔다.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이 완전히 고장나버린 것 같았다. 그는 무서웠고, 가슴이 찢어질 듯이 슬펐고, 괴로웠고, 뼈가 저리게 고독했다. 연희가 그에게 주어야 했을 다정한 위로 대신 신문과 방송 뉴스의 사건사고가 그를 위로했다. 세상에는 저런 일도 벌어지니까 자신이 당한 일도 세상에 없는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라는 거다. 다리도 무너지는데. 상관도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죽여 불에 태워버리기도 하는데. 가스가 터져 한 동네가 박살이 나기도 하는데. 

위로라고 했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집착일 뿐이었다. 그는 사건사고에 집착하고, 그리고 또 울었다. 다리가 무너져서 울고, 사람을 잡아다가 불에 태워 죽였다고 해서 울고, 가스가 터져서 울었다. 

그해에는 커트 코베인이 죽었고, 콜롬비아의 축구선수가 살해당했다. 월드컵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후 총격을 당해 죽었는데, 자그마치 12발의 총격이었다고 했다. 다섯 번도 아니고, 열두 번. 그가 칼에 찔리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먼 나라의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축구선수의 죽음이었지만, 아무튼 그는 커트 코베인 때문에 운 것처럼 그 축구선수 때문에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소리를 내 울었다. 그때 그는 자취생활을 접고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머니는 당연히 그가 밤마다 우는 것을 알았다. 매일매일 베개 커버를 바꿔주어야만 했던 어머니는 마침내 어느 날 아침 손바닥으로 그의 등을 때리면서 같이 울었다.

“왜 울어. 왜 자꾸 울어. 그만 울어야지. 버텨야지. 나아야지. 왜 그러는 거야. 사내자식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자기보다 더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어머니에게 차마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서워서요. 정말로, 너무나 무서워서요, 무서워 죽겠어서요.


병원에서 부모님의 집으로 퇴원했을 때, 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미 더위가 한풀 꺾여 있었음에도 어머니는 그를 위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었다. 벽이 얇은 아파트였다.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벽을 넘어 방안에까지 덜덜 울렸다.

하루종일 이불을 끌어 덮고 누워 지내는 동안, 그는 자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 이사를 했었다. 가난한 동네의 한옥 살림살이를 지긋지긋해하던 어머니의 소망대로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해에는 처음으로 온가족이 여름휴가도 갔었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것은 사람들로 미어터지던, 그러나 어린 소년이었던 그에게는 마냥 신나기만 했던 바닷가에서의 일들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의 기억에 남은 것은 그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의 일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이웃과 ‘고생뿐이었던’ 여름휴가에 관한 얘기를 시끌벅적 나누는 동안 화장실이 급했던 그가 먼저 집으로 뛰어올라갔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런데, 뭔가가 달랐다. 그게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거실 커튼 아래로 한 켤레의 운동화가 보였다. 빨간색 줄무늬가 새겨진 지독하게 낡은 흰색 운동화. 그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가 완전히 굳어버린 채, 혹은 완전히 멍한 상태로 그 운동화를 쳐다보고 있던 시간은. 일 분, 이 분? 어쩌면 십 초나 이십 초쯤이었는지도 모른다. 커튼이 걷혔고, 운동화가 걸어나왔다.


쉿!


그는 아직도 빨간 줄무늬 운동화를 신은 사내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낮게 내던 그 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저벅저벅, 그에게로 다가오던 발소리도. 어린 이만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빨간 줄무늬 운동화를 피하기 위해 간신히 현관 벽에 등을 붙였을 뿐이다. 운동화가 멈춰 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술 사이로 소리를 냈다. 쉿!

오래전 그때, 도둑은 그의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다. 심지어는 훔친 물건을 챙겨두었던 낡은 보스턴백까지도 그대로 두고 갔다. 천천히 걸어나오던 발걸음과는 달리 도둑은 대단히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혼비백산 놀란 것은 어린 그보다도 오히려 도둑 쪽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쉿 소리는 어쩌면 신음소리였을지도. 그리고 어쩌면 저벅저벅하던 발소리도 실은 비틀비틀하는 소리였을지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도둑을 보지 못했다. 복도에서도, 집 앞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마치 살인강도에게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들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수도 없이 ‘오오, 하느님! 부처님!’을 외쳐댔다. 이성이 조금 돌아온 후에는 관리실에 신고를 하고,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가를 샅샅이 확인하고, 도둑의 가방을 풀어헤쳐 그곳에 있던 귀중품들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다시 ‘오오, 하느님! 부처님!’을 외쳤다. 잃어버린 물건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더이상의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를 때까지, 몇 달도 아니라 몇 년이 흐를 때까지, 어머니는 찾는 물건이 짐작했던 자리에서 나오지 않을 때마다 그 도둑을 언급했다. 그놈이 가져간 거야, 그놈이 가져간 게 틀림없어. 심지어는 손톱깎이를 찾다가 애를 먹을 때도 그랬다. 그놈은 가져갈 게 없어서 남의 손톱깎이를 가져간다니? 미친놈. 도둑은 도둑놈이었다가 미친놈이었다가 나중에는 어머니의 점점 심해져가는 건망증의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도둑은 그에게 악몽이 되었다. 난데없이 야뇨증이 생기거나 발작 같은 걸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 발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발소리는 천천히 걸어와 그를 스쳐지나간 것이 아니었다. 그 소리는 그의 내부로 들어왔다. 그리고, 쉿! 그의 내부 속에 숨어 문을 걸어 잠그며 마지막으로 내던 소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겠지?

그리고 1994년 7월 24일. 940724. 그의 카시오 전자시계 액정에서 반짝이던 까만 숫자들. 095402. 그것은 그의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이고, 그의 컴퓨터 비밀번호였다. 그의 통장 비밀번호이며 그의 개인 메일 비밀번호 뒷자리이기도 했었다. 애시당초 왜 그 숫자들로 모든 비밀번호를 만들어야 했는지 그는 지금은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잊지 않으리라는 각오였겠지만, 대체 무엇을. 통증을? 공포를? 혹은 복수를? 그렇다면 누구에게?

 


8


1994년에 이만은 사내 통신망 서버를 구축하는 벤처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었다. 병특으로 들어간 회사였다. IT 벤처 회사의 특성상, 그리고 병특의 특성상, 출근시간만 있고 퇴근시간은 없는 업무가 거의 휴일도 없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토요일 일요일 포함, 오전 아홉시 출근, 그리고 오전 아홉시 퇴근. 말하자면 365일 24시간. 회사에는 휴게실이라는 이름의 벙커 같은 수면실이 있었고, 직원들은 그 수면실의 이층 침대,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깔려 있는 더러운 매트 위에서 쪽잠을 잤다. 자다가 깨서 일하고, 일하다 지쳐 잠들고, 다시 자다가 깨서 일을 했다. 그랬음에도 이만은 그 일이 좋았다. 그 시절에는 벤처라는 이름만으로도 그야말로 ‘벤처러스’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안정성이나 규모와는 상관없이 오직 들끓는 패기와 도전 정신이 그 시절의 젊은 청춘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만 역시 사로잡혀 있었다. 휴일도 없고 퇴근도 없는 업무였지만, 그래도 어쩌다 퇴근을 하게 되고 휴일을 갖게 되면 그는 독립 벤처 회사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을 꾸려 팀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일과 꿈만으로도 짜릿짜릿한 나날들이었다. 연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때 함께 프로젝트를 하던 팀원들 중에는 온라인 게임 개발에 열정을 퍼붓는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취미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먼저 시작했던 공동 프로젝트보다 그쪽으로 더 열정을 퍼붓게 되어 아예 팀이 분리될 정도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텍스트로만 이루어지던 온라인 머드 게임에 그래픽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건 이미 다른 곳에서 상당 수준으로 진전이 되고 있던 프로젝트였고, 그곳에 비한다면 그들은 아마추어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어떻든 그게 성공하기만 하면 얼마나 대박을 치게 될지를 예상했다는 점에서는 천재적이고도 탁월한 시도였던 게 분명했다.

연희는 그들이 영입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당시 미대생이었던 연희는 회화보다 디자인에 더 매료가 되어 있었는데, 그 팀을 만난 후에는 학교까지 휴학을 할 정도로 게임 그래픽에 빠져버렸다. 이만이 연희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원년 스터디 멤버가 전부 모이는 자리에 게임 개발팀도 같이 모일 기회가 있었고, 그때 연희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연희는 말이 없는 편이었고, 조용히 술만, 그것도 아주 많이 마시는 타입이었다. 술을 마시면서도 술과 안주로 어지러운 탁자 위에다 갱지 연습장을 놓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자기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캐리커처하고 있었던 거였다. 눈이 아주 작은 친구였다. 그 친구의 눈을 선 하나로 쭈욱 그어놓은 캐리커처가 웃기면서도 어찌나 닮았는지 모두들 배를 잡고 웃었는데, 그 친구가 복수라도 하듯이 다른 애들도 그려야 한다고, 그것도 자기처럼 그려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연희는 한 장 한 장 그렸다. 그리다가 마시고, 마시다가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인원이 꽤 됐었다. 연희가 술을 마시는 와중에도 그림 그리는 걸 멈추지 않았음에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캐리커처를 얻지 못한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이만도 그중 하나였다.

그날 밤, 이만은 연희를 쫓아갔다. 버스 정거장에서 이만이 연희가 타는 버스를 쫓아 탔을 때, 정작 그 버스를 타야 할 다른 친구는 이만과 연희를 단둘이 두기 위해 막차일지도 모를 그 버스를 양보했다. 버스 안에서 이만은 그 친구가 입에다 손을 모으고 뭐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잘해봐, 짜샤. 뭐, 그런 말이었을 것이다. 실은 너 죽었어, 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이만이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나 쫓아오는 거예요?”

연희가 버스 안에서 물었다. 어쩌면 왜 쫓아오는 거예요?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그와 비슷한 이야기였고, 그건 술자리 내내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던 탓에 한 번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이만과 연희가 처음으로 나눈 말이기도 했다.

“나도 그려줘요.”

이만이 연희의 옆자리에 앉으며 떼를 쓰는 아이처럼 말했고, 연희는 피식 웃었다.

“여기서요?”

“여기서도 돼요?”

“될 리가. 이렇게 흔들리는데.”

그랬다. 이상하게 버스가 많이 흔들렸다. 아마도 흔들리는 건 술과 연희를 향한 황홀한 마음에 이미 취해버린 그 자신이었겠지만.

“그럼 안 흔들리는 데서.”

연희는 또 웃었다. 웃는 얼굴이 엄청나게 예뻤다.

“만나자는 거예요?”

“안 돼요?”

연희는 그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흔들리는 글씨로 삐삐 번호를 적어주었다. 

“이제 내려요. 이 버스, 아니잖아요.”

술기운 때문에 한없이 용감해져 있던 이만은 내친김에 연희를 집 앞까지라도 바래다주고 싶었다. 버스가 끊길 거라는 걱정 같은 건 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연희의 다음 말이 단호했다.

“그리고 다시 뒤나 쫓아오고 그러지 말아요.”

방금 전 그렇게 엄청나게 예쁘게 웃어놓고는 다시 그러지 말라는 말은 또 엄청나게 차가웠다. 술기운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분명했다. 연희의 그다음 말이 또 한번의 미소와 함께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만은 그 느낌을 보다 뚜렷이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 그러면, 혼나요.”

미소. 연희의 그 미소. 그날의 모든 기억을 그 미소가 압도했다.

이튿날 그가 친 삐삐에 연희는 응답이 없었다. 회사 전화번호를 남겨놓고는 전화기가 놓인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음에도 그를 찾는 전화는 없었다. 그날도 야근과 철야를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지만, 그는 누구나 거짓말인 게 뻔하다고 여길 핑계를, 그러나 애절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말하고, 정시보다는 늦었지만 그래도 야근은 아닌 퇴근을 했다. 그는 게임 개발팀이 모여 작업하는 곳을 찾아갔다. 팀원들 중의 하나가 지방의 부동산업자인 아버지가 투자 목적으로 사둔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곳이 그들의 아지트였다. 온갖 쓰레기들, 그리고 조립 컴퓨터와 부품들로 가득찬 아파트였다. 그가 왜 찾아왔는지 뻔히 다 눈치를 채고 있는 팀원들에게 이만은 라면을 끓여 바치고, 믹스커피를 타주며 그들이 하고 있는 작업을 구경했다. 게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간혹 의견을 냈고, 나중에는 마치 한 팀인 것처럼, 어디서 주워온 것이 틀림없는, 회의용 테이블이라 명명된 지저분한 8인용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연희가 팀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종이 위에 휙휙 그려내는 스케치를 구경했다.

“그리고 여기, 좀 찌질한 캐릭터도 하나 있어.”

연희가 휙휙 그려낸 캐릭터 하나를 보고 팀원들이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누가 보나 이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이지 찌질한 캐릭터처럼 그 그림을 보고 입을 쫙 벌리고 웃었다. 연희가 그 종이를 곧 구겨버렸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그 ‘찌질한 캐릭터 캐리커처’를 가질 수 없었다. 그후 여러 번 연희는 그런 식으로 그의 얼굴을 그렸지만 한 번도 그에게 준 적은 없었다. 휙휙 그리고는 곧 구겨버리거나 찢어버리는 게 전부였다.

정작 연희는 자신이 그려진 그림은 애지중지했다. 연희와 놀이공원에 갔던 어느 날, 그 공원에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 화가들이 있었다. 노부부 한 쌍이 한 화가 앞에 앉아 있었고, 사람들이 기웃기웃 그 노부부가 그려져가는 과정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도 연희와 함께 그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노부인은 자꾸 일어나 자기 얼굴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그때마다 웃었다. 그 행동이 조바심을 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소녀 같은 호기심으로 보여 구경하는 사람들도 노부인이 웃을 때마다 따라 웃었다. 소녀는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노부인은 칠십은 넘어 보였으나 누가 봐도 소녀 같았다. 그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노부인을 따라 웃었다. 

노부인의 그림이 완성되자마자 연희가 냉큼 화가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 길거리 화가의 초상화는 사실 초상화라고 말하기에도 뭣한, 지나치게 만화풍인 그림이었다. 노부인의 초상화가 그려질 때 사람들이 구경을 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만화풍 초상화 속에서 삼십 년쯤은 젊어진 노부인은 은하철도 999의 메텔을 닮아 있었다.

연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림 속 연희는 일본 만화 속 여중생처럼 보였다. 순정만화풍으로 그려진 큰 눈, 오똑한 코, 그리고 그야말로 앵두같이 빨간 입술의 연희. 누구도 그 그림을 보고 연희를 떠올리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나 연희는 그 그림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는데, 그림 속 호기심 어린 표정이 좋아서라고 했다. 

“난 사실 항상 이런 표정을 짓고 있어.”

연희가 그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했던 말이었다. 

“난 맨날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내 얼굴이 이 표정을 몰라.” 

 그러니까 말하자면 연희는 자신의 생각 속에서는 늘 이런 표정이라는 얘기였다. 좀 뚱한 편이고, 말도 툭툭 내뱉고, 잘 웃지 않는 연희는 사실은 늘 호기심에 가득차 있는 소녀라는 소리였다.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였을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드러내면 안 될 궁금증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었을까. 그런데, 뭐가 그렇게 늘 궁금했을까, 연희는. 그 시절의 연희는. 사라지기 전의 연희는. 

1994년 7월 24일에 사라져버린 연희는.



9


재개발지구에서 회사까지는 버스로만 오래 걸리는 게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은 더 멀게 느껴졌다. 택시를 탔는데도 그랬다. 아마 택시여서 더 그랬을 것이다. 전용차로로 달리는 버스들과는 달리 택시는 걸음마를 하듯이 간신히 시내를 통과해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택시 기사에게 회사 쪽 방향을 말했다. 회사에 가는 것 말고는 달리 할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규 개발에 계속 실패를 하고 자금 사정에 압박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그러니까 최근 몇 년 동안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할일이 없다니…… 정말로 할일이 없었던 순간에조차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건 정말로 심각한 상황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만 해왔을 뿐이었다. 첫 게임으로 대박을 치고 그후 내리 그 후광으로 버텨올 수 있었다. 계속 내리막이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심각할 정도로 나쁜 상황인 적은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건물이 보일 때쯤에 이르러서야 그날 회식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게 다행으로 여겨졌다. 팀원들 중의 절반 이상이 회식을 싫어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음에도 그랬다. 그는 가급적 그런 자리에 얼굴이나마 비추려고 노력했다. 돈을 내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조금이라도 더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쿨하게 카드만 전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냥 꾸역꾸역 얼굴을 비쳤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몰라서라기보다 그렇게 하는 쿨한 태도를 몰라서였다. 그러고는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은 융통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내성적이었고 말수가 적었으며 농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 아예 노력조차 안 하면 좋을 텐데, 노력의 엉뚱한 결과로 말미암아 늘 잘못된 포인트에서 웃었다. 어깨는 굽었고 걸을 때도 등이 똑바로 펴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회사에는 그런 자세의 사람들투성이었다. 갓 스물을 넘어 첫 입사를 한 친구들조차 그러했다.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컴퓨터 앞에만 붙어사는 동안 그런 자세로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자세만이 아니었다. 게임 업체를 비롯해 IT 업계의 사람들을 너드라고 부르고 괴짜라고도 부르는 것은 그만큼 특이한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미숙한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관계에든, 소통에든, 분쟁에든. 다들 컴퓨터에만 붙어사느라 사회와의 접촉면이 좁아서였다. 

그러나 이만의 경우에는 좀더 다른 것이 있어 보였다. 이만의 자세에서는 일종의 방어적인 느낌이 풍겼다. 주변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조차도 안 좋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희고 깨끗한 피부와 눈에 띄게 뾰족한 코 때문에 샤프하게 여겨지는 얼굴이 그나마 그의 음침한 인상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날 저녁 이만은 팀원들과 함께 회사 근처의 고깃집까지 같이 걸어서 갔다. 다른 때와는 달리 그날은 끝까지 같이 있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2차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가 일찍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팀원들의 반응을 눈치채는 순간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고깃집 문을 미처 다 나서기도 전에 팀원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왁자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처럼 슬퍼졌다. 자신이 하루종일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건 이미 고깃집에 들어섰을 때부터였다. 고깃집 바로 옆에 김밥집이 있었다. 그는 김밥 두 줄을 사서 나왔다. 

집까지는 걸어갈 생각이었다. 고깃집에서 집 앞까지 천변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산책로는 회사를 경유하면서 공원까지 이어졌다. 습지 호수가 있는 공원이었다. 십팔층에 있는 그의 집에서도 그 공원이 내려다보였다. 회사가 테크노 밸리로 이전을 하면서 근방에 집을 얻어야 했을 때, 입주 일자가 맞는 아파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오십 평이 넘는 스튜디오형 오피스텔을 월세로 구했다. 호수가 내려다보인다는 장점 이외에는 월세부터 덩치까지 모든 게 다 지나치게 크거나 넓은 집이었다. 방으로 구획을 나누지 않은 스튜디오형이라서 더욱 그랬다. 정을 붙이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사를 하고 나자 그 공간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았다. 가구랄 것이 별로 없어서 여전히 텅 비어 있다시피 한 공간, 그 호흡의 넓이가 뜻밖에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그 넓은 집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 넓은 공간이 오직 기억으로만 채워질 것 같았다. 선명하지 못한 기억, 미로 같은 기억들…… 그는 재개발지구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를 다시 떠올리게 될 터이고, 그 동네의 모든 골목들을 또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마침내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게 될 것 같기도 했다. 술을 끊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면, 담배라도 피웠다면. 하다못해 술기운과 담배 연기로라도 그 공간들을 채웠으면.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넓은 집에 왜 그렇게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는지. 그 텅 빈 듯한 집 안에는 사각이랄 게 거의 없었다. 침대에 누워서, 식탁에 앉아서, 심지어는 욕실에서조차도 문만 열어놓으면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집 모든 창에는 베니션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었다. 누구도 그 뒤에 숨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억이라면……

기억은 침대 밑에서, 블라인드 틈에서, 그리고 냉장고 속에서나 벽 속에서도 튀어나올 수 있었다. 칼에 찔리던 기억, 그 통증의 생생함, 손에 묻어 있던 피의 기억, 그 뜨거움의 생생함…… 

잊었다고? 잊고 살았다고?

그렇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칼에 찔리던 그 순간을 기억했다.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전원이 켜지듯 반짝 불이 켜지고, 또 전원이 꺼지듯 그 기억이 암전되곤 했다. 암전되기는 했으나 그것은 늘 거기에 있었다. 

결코 사라지지 않은 채, 늘 거기에.


산책로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편의점에 들러야 했다. 편의점은 주유소에 딸려 있었다. 주유소가 보일 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우산을 카운터 앞으로 옮겨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까짓 비, 맞아도 상관없긴 했지만 그는 페리에 한 병과 함께 비닐우산 하나를 샀다. 김밥이 젖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뺨이나 이마에 한두 방울 떨어지는 것 같던 빗방울이 편의점에 머물렀던 잠깐 사이에 제법 굵어져 있었다. 그는 우산을 폈다.

산책로로 접어들려면 길을 건너야 했다. 신호가 바뀌었다. 공원 외곽의 도로는 곧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곳이라 차로가 상당히 넓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신호 안에 다 못 건널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페리에의 마개를 여느라 잠시 우산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막 차도로 내려서는 순간이었다. 소리가 들린 것이 그때였다. 아니, 충격이 그것보다 먼저였는지도 모른다. 소리와 충격은 거의 동시였다.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뭔가를 느끼면서 그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붉은 비뿐이었다. 그 잠깐 사이에 비가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 왜 비가 붉은색일까. 그리고, 다시 소리. 엔진 소리. 폭발하기 직전처럼 위태롭게 달아오르는 엔진 소리. 터질 듯한 경고음. SUV 한 대가 바로 그의 옆에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도의 연석을 넘어 가로등을 박은 채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차 바로 옆에 쓰러져 있었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아직 통증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몸이 먼저 물은 후에야 비로소 통증으로 대답할 거라는 걸 이만은 알고 있었다. 오래전에 칼에 찔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왜 비가 붉은 색이지? 몸속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핏물인가…… 그 알람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dufma0724의 그림처럼, 빗물이 아니라 핏물인가…… 알람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소리. 뛰어오는 소리, 비명처럼 환호처럼 외치는 소리, 여보세요 119죠, 동시에 울려퍼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누군가 또다시 외치는 소리…… 그리고, 다시 소리.


그러지 마요. 내 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