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내가 잠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잠을 좋아하는 이유는 잠이란 즐겁고도 안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동반자와 함께하니 즐겁고, 깨어 있기에 끊임없이 겪어야 하는 꼴사나움으로부터 완벽에 가까운 보호를 제공해주니 안전하다 하겠다. 모르는 것에는 다칠 일도 없다. 잠이란 책임에서 해방된 죽음이다.

물론 다소 중독성이 있다는 위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잠 없이는 살 수 없어하며 잠을 소유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목표 달성에 눈이 멀어 집과 단란한 가족, 심지어 출판사에서 정한 마감일까지도 도외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 역시도 수면인이며, 아주 최근까지도 이 때문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음을 고백해야겠다. 그러다 해당 주제를 좀더 면밀히 고찰해보았고, 그 결과 죄책감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피로 부대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다른 이들도 바로 세웠던 머리를 자유롭게 누일 수 있도록 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싶다. 그리하여 잠자는 이들에게 자부심을 함양하고자 간단한 입문과정을 마련해보았다.


 

프랜 리보위츠 수면학 강의

 

잠이란 후천적이기보다는 유전적인 특성이다. 수면인 부모를 두었다면 당신도 그럴 확률이 높다. 이는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자부심을 느껴야 할 지점이다. 가족뿐만 아니라 저명한 역사적 인물들이 수립한 유산을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의 목록으로 수면인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는지 알 수 있다.

 


수면인이었던 저명한 역사적 인물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아이크(그를 열렬히 사모한 나라에서 부르던 애칭)를 골프 애호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수면인의 자질을 보였으며, 이 특성이 백악관까지 함께 입성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잠을 향한 그 열의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자고 있는 아이크와 깨어 있는 아이크를 구분하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글 좀 쓴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시인Bard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셰익스피어는 분명 문학계에서 가장 탁월하고 왕성한 수면인이었다. 그 증거는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자택에 있는 침대 형태로 남아 있다. 작품 속에서도 여러 번 잠을 언급했고, 실제로 본인이 모든 수면을 직접 취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점이 있으나(현재 학계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일부 수행했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논의중이다), 그럼에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주목할 만한 수면인으로 간주해도 별 문제될 건 없다고 할 수 있다.

 

E. E. 커밍스

대부분 인정하듯 E. E. 커밍스가 수면인이었다는 증거는 빈약하다. 그러므로 아마 낮잠인이었으리라는 추측이 일반적이다.

 

저명한 역사적 인물 중에 수면인이 이렇게 많았다면 그들의 업적 또한 그만큼 대단했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아래 목록에 그 업적의 일부를 모아보았다.

 


수면인이 세계 문화에 기여한 업적

 

건축

언어

과학

바퀴

 

더 논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