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이 소설은 원래 ‘사랑과 사건’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끊임없이 가상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가상인간’을 만들어 살아가게 하는 이들의 연속된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 이야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랑’과 ‘사건’이었다. 

 

그런 마음을 먹기 이전에 ‘가상’이라는 키워드를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참조할 책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과 사건』이라는 타이틀에 강하게 이끌린 탓도 컸다.

 

공교롭게도 그 책은 몇 장 읽지 못했다. 브라이언 마수미는 너무 어려웠다. 오직 그 책의 제목만이 나에게 남아서 소설을 구상하는 내내 마음에 맴돌았다. ‘가상’이 ‘사랑’이란 단어로 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아무래도 이 소설에 ‘사랑’이 있고 ‘사건’이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그 두 단어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빈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얼까. 고민스러웠다. ‘사랑’과 ‘사건’이 다는 아니었던가. 소설을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까 그런 고민들. 그게 ‘오류’라는 걸 발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 발견에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저 소설을 마음에서 굴리고 굴리다가 번뜩 깨달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전부 오류를 일으키고 있구나. 그리고 ‘오류’는 오류가 아니라 ‘미련’으로 읽혔고 다시 보니 ‘애도’로 읽혔다. 

 

그렇게 이 소설의 제목은 ‘사랑 사건 오류’가 되었는데, 글쎄, 출간을 준비하게 되면 제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사랑’ ‘사건’ ‘오류’ 세 단어를 오래 굴려본 2023년이 끝나고 벌써 2024년이다. 앞으로 어떤 단어를 품고 살아가게 될까. 또 어떤 단어를 품고 이 삶을 버티게 될까. 그전에는 이런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을 쓰고 나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이 소설을 쓰는 일은 어려웠다. 그렇지만 종종 어려움에 감사함이 붙어 오는 시기가 있다. 『사랑 사건 오류』는 그런 시기를 나에게 주었다.  

 

2024년 

김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