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처음에는 순간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것은 하나의 순간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많은 순간들이 되었다. 글은 모든 순간에 있었다. 나는 글과 함께 있었다. 오늘 아침, 나는 두 마리의 공작과 두 마리의 까마귀 그리고 한 마리의 뒤영벌과 함께 이 순간에 머문다. 오색 칠한 양철판으로 만들어진 공작은 할인 잡화점에 발견했고 나무조각 까마귀들은 창고 벼룩시장에서 사왔다. 그리고 한 마리의 크고 통통한 털북숭이 뒤영벌, 그것은 조금 전까지 테라스 등나무 의자에 걸쳐둔 양털 가죽에 달라붙어 있었다. 의자에 앉으려던 나는 기다란 정원용 빗자루를 휘둘러 벌을 쫒았지만, 뒤영벌은 최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모노톤의 잉잉거림을 내며 주변을 계속 빙글빙글 날아다니다 다시─단 한 번도 세탁한 적이 없는─원래는 흰색인 거무스름한 양털 사이로 내려앉았다.


2022년 5월

배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