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이 이야기는 원래 원고지 오십 매짜리 단편소설이었다. 마흔을 목전에 둔 수민이라는 인물이 한밤중 아파트 단지에 나가 눈을 치우는 내용이었다. 계속해서 쌓이는 눈을 치우고 또 치우는 인물의 행위가 부질없는 짓만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연도 제각각이겠지만,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삶의 괴로움이 지나친 기대에서 온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기대 없이 삶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도 든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부디 이 특별할 것 없는 수민의 생활에 함께해주시길,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2022년 6월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