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원고를 시작할 때 마지막 장면을 미리 생각해놓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원고를 써나가는 동안 정해놓은 마지막 문장을 곱씹으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원래 정해놓은 마지막 문장은 ‘그렇게 수민은 마흔이 되었다’였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나이듦은 과정이지 결과가 될 수 없지 않나? 

나는 당연히 ‘연재를 시작하며’를 쓰자마자 ‘연재를 마치며’도 적어두었다. 그런데 막상 연재를 끝내며 그 글을 다시 읽어보니 (또 당연하게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소설쓰기란 끝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상상한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삶에서는 그런 후회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소설에서는 퇴고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얻는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인생과 닮아 있지만 그보다 너그럽다. 다행이다.


초여름에 시작한 연재가 새해에 끝을 맺게 되었다. 칠 개월간의 긴 연재 기간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함께해준 김내리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심심한 소설을 인내심 있게 읽어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있을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3년 1월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