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유년기를 거치며 이심은 두 번의 팬데믹을 겪었다.

첫번째 팬데믹은 초등학생 때 찾아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진력이 나도록 오랜 시간 집안에 머무르는 동안, 부모의 다툼을 어느 때보다 자주 보고 듣는 일이 고통을 더했다.

다음 팬데믹은 전번보다 수월하게 났다.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은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었던 이심의 학업에 일견 도움이 되기도 했다. 부모는 여전히 다투었지만 목소리를 낮춰주었다.

성인이 된 이심이 공공 의료 센터에서 일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팬데믹의 후폭풍이 미미하게 보일 정도로 변화를 거듭했다. 많은 국민은 그 숱한 변화의 원점으로 대통령제를 지키지 못한 일을 꼽았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대로 의원내각제가 통과된 탓에 초대 총리가 장기 집권하는 일이 벌어졌고, 전방위적인 민영화를 막아내지 못했으며, 투표율마저 곤두박질쳤다고 여겼다.

이심의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악화일로를 걷게 된 시작점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이며,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할 때마다 번번이 한숨을 쉬었다.


이심은 엄마의 말을 부정할 생각이 없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금은 인상되고 물가도 오르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가 자기 또래였던 시기에는 요원했던 일이 가능해져 팍팍한 생활의 숨구멍이 되어주기도 한다. 가족 구성 선택의 폭만 보아도 그렇다. 결혼 제도로 맺어지거나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다수가 이룬 집합가족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제도적으로도 보호받는다.

삼십대 중반이 된 이심은 이제 무리하게 이어가던 자취 생활을 정리하고 집합가족에 편입할 마음을 먹는다. 누군가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도 그런 약속에 속아넘어가지도 않고, 악을 쓰고 다툴 일을 만들지 않고, 오순도순 세금을 나누어 낼 세대원을 찾을 결심이다. 누구나 의사와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세상이므로 이심은 이렇게 예상한다. 자신에게 꼭 맞는 가족을 구성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202210

은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