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1부 사건 : 라이 (4)

게임의 규칙 5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


“두 사람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된 거예요?”

훈이 물었다. 

“그냥 그렇게 됐어. 그런 걸 우리가 결정하지는 못하더라.”

훈은 남은 커피를 한번에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이제 꿈 이야기를 해봐.”

잊고 있는 듯해서 훈에게 알려주었다. 

“하려고 했죠.”

훈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안 나요.”

나도 알고 있었다. 분명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꿈은 내 소유가 아니고, 한번 잊히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더이상 그를 채근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들었어요? 베타테스터 모집 마감됐대요.”

“어제 공지 올리지 않았어?”

“대단하죠. 다들 레이어드를 주시한다고요.”

훈은 컵에 남은 얼음을 입에 넣기 위해 고개를 한껏 젖혔다. 얼음이 그의 코 위로 쏟아졌다. 

“악!”

훈이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바닥에 떨어진 얼음을 급히 주우며 훈이 웅얼거렸다.

“차가워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 작은 얼음 조각이 잠시 볼을 스쳤다고, 마치 데인 듯 그의 뺨에 길고 붉은 자국이 나 있었다. 

“피부가 아주 약하네.”

“손으로 이 초만 눌러줄래요?”

그 말대로 손으로 그의 볼을 잠시 눌렀다. 얼음이 지나간 자리는 별로 차갑지 않았다. 손을 떼자, 훈에게 말려들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지원자 가운데 민수호 캐릭터를 원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대요.”

“몇 명이 지원했는데?”

“음, 잠깐 보자.” 그가 태블릿으로 지원 신청 페이지를 찾았다.

“총 지원자 수는 칠백팔십 구 명?”

“그중에서 한 명이라고?”

“네. 그러니까 실패한 캐릭터가 된 거죠, 민수호는.”

그 말을 듣자 가슴 한구석이 따끔했다. 

“아!”

훈이 또 한번 작게 소리쳤다.

“뭐야? 왜 그래?”

“생각났어요.”

“뭐가?”

“꿈이요.”

“민수호?”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그 캐릭터는 모자 안 쓰잖아?”

“꿈에서는 모자를 쓰고 있던 걸요.”

“그래? 그게 민수호일까? 착각한 것 같은데?”

“확실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분위기가 딱 그 사람인 거.”